창립배경과 취지
언덕교회는 수많은 교회 중 또 하나의 교회가 되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언덕교회는 한국교회의 병든 모습을 애석하게 생각하면서, 평신도가 깨어 건강하게 일구어 나가는 교회의 본이 되고자 출발하였습니다. 우리 교회만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교회가 이러한 목적에 동참할 수 있도록 연합하는 노력을 할 것입니다.
1.교회개혁에 위한 절박한 몸부림
한국교회의 병든 모습을 슬퍼하며 한국교회의 건강회복을 위한 종교개혁이 절실하다는 논의와 열망은 무성하지만 이의 실천을 위한 노력의 결집은 찾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력이나마 더 늦기 전에 “우리부터라도 시작 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창립된 것이 언덕교회입니다.
2.교회 민주화의 모범
사제적 권위주의, 개교회 패권주의, 차별주의, 기복신앙, 낭비와 사치, 외형성장주의, 불투명한 교회재정 운용, 도덕적 타락, 목회자 세습, 사회적 사명의 실종 등으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병든 모습의 근원을 따져보면 목회자의 사제적 권위주의 및 평신도의 우민성으로 귀결됩니다. 물론 일차적 문제는 교권의 소유자인 목회자의 사제적 권위주의라 할 수 있지만 이를 방관하거나 조력하는 평신도의 우민성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이므로 양자가 동시에 지적되어야 합니다. 이들 두 가지 문제는 결국 비민주적 교회 또는 권위주의적 교회를 만들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치유책은 교회의 민주화입니다. 목회자의 권위주의가 불식되어야 하며, 평신도가 각성한 기독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언덕교회는 교회민주화의 모범이 되고자 합니다.
3. 인치(人治)를 억제하는 민주적 제도화
우리는 누구나 죄성을 가진 불완전한 인간이며 따라서 누구도 전적인 신뢰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인치를 배제해야 합니다. 특히 교회 내 권력이 특정인이나 집단에 귀속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권력의 집중은 필연적으로 사람을 타락시켜 독재로 이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일탈을 경계하는 민주적인 제도를 잘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제도를 움직이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제도만이 전부일 수는 없으며 따라서 인간에 대한 민주시민성 계발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일탈에 대한 적정한 제어장치로서의 제도화입니다. 민주적 제도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인간의 죄성에 의한 타락은 무한정 확대될 수 있는데, 제도는 이를 적절히 제어하는 제동장치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더욱이 제도는 인간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기능도 할 수 있으며 효과도 빠르게 나타납니다. 언덕교회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교회운영에 있어서 인간의 죄성에 바탕한 일탈의 가능성을 억제하고 교인간의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기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창립총회에서 교회규약을 제정하여 이 제도에 의하여 교회운영의 근간이 세워지도록 함으로써 어느 개인이나 집단이 교회운영을 전담하지 못하도록 제어장치를 마련하였으며, 이러한 점에서 언덕교회는 한국 초유의 교회가 되었습니다.
4. 평신도(성도)의 주체적 역할
한국교회의 평신도는 목회자에 대한 굴종과 교회문제에 대한 방관자적 입장에 안주함으로써 주체적 기독시민이 되지 못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와중에서 목회자의 전횡은 제어되지 않고 평신도는 그저 탄식만 하는 사이에 한국교회는 중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평신도가 각성하여 주체의식을 가지고 기독시민성을 회복한다면 목회자가 올바로 자리매김을 하고 교회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언덕교회는 이러한 자각에서 목회자의 창도에 의지하지 않고 뜻있는 평신도들의 합력으로 교회를 시작함으로써 목회자와 평신도의 협력적 섬김의 관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5. 교회개혁운동의 군수기지
언덕교회는 한국교회의 개혁에 관심을 갖습니다. 교회개혁을 위한 운동은 최전방에서 전투를 직접 담당하는 ‘전위대’와 전위대를 후방 지원하는 ‘군수기지’의 역할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언덕교회는 시민단체가 아니며 따라서 일차적으로 전위대보다는 군수기지가 되고자 합니다. 개혁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기독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든든한 기지로서의 ‘언덕’이 되고자 합니다. 아울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위대의 역할도 적극 담당하고자 합니다.
6. 대안이 아닌 보편적 모델교회
언덕교회가 건강하게 선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언덕교회의 전례가 다른 교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다른 교회들과의 공통분모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다른 교회들과 너무 다르면 그러한 교회는 아무리 건강해도 이상한 교회, 특이한 교회, 기껏해야 대안교회로 치부되고, 따라서 주류 교회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는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언덕교회는 최대한 기존의 주류 교회와의 공통분모를 확보하면서 교회의 건강성을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모범 교회가 되고자 합니다. 특히 교회개혁에 관심을 갖는다고 해서 예배, 선교, 봉사, 교제 등 교회 본연의 핵심적 기능이 소홀히 취급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을 갖습니다. 사람의 건강도 그렇지만 교회의 건강 역시 교회의 모든 측면에서 균형적인 관심과 발전이 이루어져야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제 하에서 언덕교회는 한국교회의 건강한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시대적 요구에 따른 변화는 적극 수용함으로써 과거와 미래를 잇는 한국교회의 표준적 모형이 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건강한 전통과 현대적 요구의 조화를 기할 것이 요구됩니다. 이를 위하여 ① 복음적 전통을 지키고, ② 불필요한 폐습을 버리며, ③ 건강한 교회의 특징이 외견적으로 나타나도록 노력합니다.
언덕교회의 정체성
언덕교회의 정체성에 대하여 묻는 분이 많습니다. 언덕교회의 정체성은 교회규약과 선언문을 통하여 제시된 바와 같습니다. 이러한 정체성은 계속 유지되고 발전되어야 합니다. 언덕교회의 정체성은 한 두 사람의 주장만으로 확립될 수 없으며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아니 됩니다. 기본적으로 언덕교회의 정체성은 교회의 운영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가는 것입니다. 언덕교회의 정체성을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1. 우선 외부로 압축되어 표출되는 언덕교회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건강한 교회, 일하는 교회”입니다. ‘건강’과 ‘일’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일해야 하고, 일하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합니다. 이를 교회개혁과 연결시키면, 개혁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고, 역량을 갖추어야 개혁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혁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개혁역량이 강화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균형 있는 개혁교회’를 언덕교회의 정체성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바꾸어 말하면 언덕교회는 내부의 건강만이 아니라 외부의 건강도 아울러 챙기는 교회를 지향합니다.
2. 이에 부가하여 언덕이라는 이름으로 “누구나 바라고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세상의 빛이 되며, 소금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3. 이념적 측면에서 언덕교회의 정체성은
① 복음적 ② 민주적 ③ 개혁적 이라는 세 가지 기조에 기반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신앙적 노선에 있어서 성경전체를 하나님 말씀으로 믿는 복음주의를 견지합니다. 이는 창립 초기 운영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결의하고 지금까지 견지하고 있는 신앙노선입니다.
둘째, 교회운영에 있어서 신본주의를 전제로 한 민주주의를 지향합니다. 이 같은 교회민주주의는 “인간의 죄성은 민주주의를 필요로 하고, 인간의 신성은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다”는 경구에서도 지지됩니다. 교회운영을 민주적으로 하는 것이 하나님의 주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다만 하나님 나라의 건설을 위하여 나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간간의 관계를 민주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향함에 있어 갈등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협력적 민주주의를 지향합니다. 일부 선각자에 의한 엘리트민주주의가 아니라 기독시민에 의한 시민의 민주주의를 지향합니다. 이때 기독시민은 그리스도 안에서 적극적 참여의식(active)과 능력(informed)을 가진 균형 있는 시민 또는 교양시민을 의미합니다. 참여의식과 능력은 참여를 통하여 형성되므로 교회는 교회운영과정에 교인의 적극적 참여를 장려하는 것입니다.
셋째, 운동 성향에 있어서 개혁주의를 지향합니다. 모든 교회는 주님이 기뻐하시는 교회가 되기 위하여 스스로를 돌아보아 개혁의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언제나,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언덕교회는 이러한 노력을 내부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동시에 적용하려는 교회입니다.
선언문